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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오 마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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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강무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62-05-03 22:32 조회4,1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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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발라오 마을의 풍경
    2010년 1월 16일 토요일

    발라오 지역에 사는 망양부족의 마을을 갔다. 이곳은 어제 갔던 하윌리 산속마을 들어가는 곳에서 길을 바꾸지 않고 아스팔트를 따라 약 20분 정도 더 가서 민도로 섬 남동쪽 아래 해안가 구릉지에 위치한 목장 가운데 있는 마을이다. 어느 부자가 운영하는 드넓은 목장 너머로 멀리 바다가 보이고, 그 뒤편으로 지은 지 오래된 망양부족의 원두막 같은 집이 비록 낡았지만 목장의 소들과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한 집 앞에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려 가보니 마침 닭쌈을 마치고 패자가 승자에게 돈을 건네는 중이었다. 낮선 이방인이 왔어도 좀체 이상한 눈치도 반가운 눈치도 없이 그저 자기들 일만 하는 모습이 좀 의아한 느낌이 든다. 어린아이들도 역시 어른과 마찬가지로 전혀 이방인을 개의치 않고 본척만척 자기들 놀던 대로 놀 뿐이다. 그들이 사는 두 평 정도 될 만한 작은 원두막 같은 집은 지붕이 낡아 뚫린 집도 있는데 비가 오면 어떻게 피하는지 모르겠다. 선교사 한테 물어보니 비가 오면 비오는 쪽을 피하여 잔다고! 돼지, 닭, 개, 고양이들이 사람을 보고 달아나지도 않고 사람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다. 모든 짐승들이 우리에 가두어 지지 않았지만 부모를 따르는 어린아이들처럼 각 가정의 가족들 사이에서 옹기종기 모여 산다. 약 5미터 간격으로 떨어진 다른 집들의 짐승들과 섞이지 않고 각각 주인의 집 밑에서 우리도 없이, 매 논 것도 없이, 주인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사는 모습이 신기하다. 짐승들끼리도 자기 주인집이 자기네들이 거할 곳이라는 걸 알기나 한 걸까! 짐승들과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마치 성경에서 말하는 파라다이스를 연상하게 한다. 부족들이 사는 원두막의 아래는 짐승들의 우리와 솥이 걸려있고 위층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엉성하게 대나무로 만든 방바닥이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어 밤이 되면 바람이 들어와 추울 텐데 ---! 선교사의 말에 의하면 밤에 추워서 몸을 잔뜩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잔다고. 그나마 추위를 좀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래 사는 짐승들의 온기가 올라와 열기를 좀 더해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열세 가족이 사는 들판 마을에 하도 아이들이 많아 몇 명이나 사느냐 물으니 약 150명 정도 산다고! 지금 우리나라 시골 산촌마을의 실정은 150가구 사는 마을에 어린이 1명 있기도 힘든데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과연 이들의 미래를 위해 다행인지 불행인지 감을 못 잡겠다. 우선 궁금한 것은 이 많은 아이들이 무얼 먹고 사는가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무 고구마, 바나나, 토란 등을 먹고 살며 하루에 한 끼 정도 밥을 해 먹는 집도 있다고. 그리고 이들은 숯을 만들어 팔던가 코코넛 잎으로 빗자루를 만들어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13 가구가 살지만 거기에도 생필품을 파는 조그만 가게가 있다. 가게라야 원두막의 한쪽에 창문을 내고 몇 가지 아이들 먹을 것을 가져다 놓고 파는 곳이다. 간 김에 우리 일행은 거기에서 과자를 한보따리 사서 아이들에게 주려고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아이들이 전혀 모이질 않는다. 같은 부족인 선교사 부인에게 물어보니 이유인즉 부끄러워서 그런다고. 직접 찾아가 손에 지켜 주어도 부끄러워 간신히 받는다. 과자를 나누어 주다가 미처 몰라 한 아이를 빼놓고 지나쳐도 자기도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할 어린이들의 순진한 모습이 너무 순수하고 아직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순박한 모습이 엿보인다. 어떤 아이는 고무줄 새총을 어께에 둘러메었는데 내가 어릴 때 갖고 놀던 새총보다 훨씬 튼튼하게 잘 만들었으며 그 정도면 큰 새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아마 어른이 만들어 아이들이 사냥할 때 사용하라고 주었나보다. 나이든 청년들은 거의가 왼쪽 허리에 단검을 차고 다니며 산속 원주민의 위엄을 나타낸다. 실은 위엄을 위한 것이기 보단 산이나 들판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적(야생짐승)을 공격하기 위하여 차고 다니는 무기일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어디서 주워 왔는지 찌그러진 공을 하나 가지고 여자 남자 구별 없이 들판에서 차고 놀며 재미있게 지낸다. 함께 간 선교사의 부인 로리다에게 그들이 자기들의 현재의 생활에 대하여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느냐고 그들의 행복지수를 물어보라하니 하나같이 이들도 매우 만족한다고 대답한다.

    더 좋은 것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그리고 비교의식이 필요 없는 산속이나 들판에서 자기들끼리만 살아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원주민이지만 정규 대학을 나오고 선교사 부인이 되어 현대 문명을 누리고 있는 선교사 부인도 자기가 살던 망양부족 마을이 더 행복하게 느낀다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 그곳엔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행복의 요소가 있는가 보다.

    그 누가 행복을 정의하길 행복이란 만족한 삶이라고 했다. 자기가 만족할 수 있으면 무엇을 먹든, 무엇을 입든, 어떤 일을 하든, 그건 행복한 삶이다. 우리의 불행은 결핍에 있기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결핍감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그것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상대적인 결핍감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행복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되 만족할 줄 아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행복은 물질적 풍요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만족할 줄 아는 마음에서 생긴다. 혹여나 이곳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에 의하여 저 해맑은 성품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버리고 도시의 부자들 가정에 종살이로 팔려 나가고 싶어질까 염려가 된다. 사실 이미 수많은 원주민들이 도시에서 값싼 인력으로 종살이를 하고 있다. 사람대우를 받기 보단 짐승과 사람사이의 중간대접을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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