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맞이 - 황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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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16일 자료이동
추석맞이 문득, 추석 맞을 준비를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트럭을 빌려 양재동 화훼공판장으로 달려갔다. 봄부터 가꿔온 꽃밭을 새로 단장하고, 국화 분을 사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는 자주 들르는 매장이 아니라 주변의 화훼 농가를 직접 찾아가 보고 싶었다. 작을 길을 따라 가며 끝없이 늘어선 비닐하우스를 기웃거리니, 각종 꽃이며 관엽 식물들이 가득 했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싱싱해서 허기진 사람이 식탐하듯, 이 것 저 것을 사들였다. 대국, 중국, 소국과 현애까지 국화도 종류대로 골랐다. 적재함과 좌석까지 가득 채우고 돌아 서려는데, 옆집에 백일홍 나무가 대 여섯 그루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가격이 놀랄 만큼 싸서, 지갑을 털어 네 그루나 샀다. 800여 평 부지에 느티와 단풍나무만으로는 너무 단조로워, 봄에는 소나무 동산을 만들었다. 그리고도 성이 차지 않아, 오랫동안 꽃이 피고 우아한 목백일홍을 심고 싶었다. 이튿날은 모든 일손을 동원해 환경정리를 했다. 여름내 빠알간 마음을 드러내놓고 비바람과 한낮의 태양을 견디던 봉숭아도, 씨를 맺고 시들어 가는 것은 베어 냈다. 늦게 심어 이제 한 창인 까지 봉숭아가 있어 다행이다. 빈자리에는 몸이 불편한 이 집사님이 여름내 가꿔온 국화와 깨꽃을 옮겨 심었다. 풍성하게 핀 바람꽃은 벽에 기대어 지주를 세워 줬고, 통나무 담장을 타고 영글어 가는 박은 자리를 잡아 주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친구가 심어 주고 간 오죽(烏竹)에서는, 지난번 비 온 후에 솟아나기 시작한 죽순이 사람 키 만해졌다. 종탑과 지붕 물받이를 비롯해서 곳곳에 나팔꽃이 활짝 피었고, 수세미 덩굴이 시원스럽게 올라가고 있다. 사람에게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변하지 않는 본능 같은 습관이 한두 가지는 있다. 명절이 된 다는가, 손님을 맞으려면 집 주변과 마당의 풀을 뽑고, 큰 길까지 깨끗이 쓰는 것이 아버지의 의식(儀式)이었다. 억지로 빗자루를 잡고 입이 퉁퉁 부어 따라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KBS FM '시인의 편지' 15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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