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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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천호
사진을 찍는 일이나
글을 쓰는 일이나
어여쁘던 마누라가 미워져서
티걱티걱 싸우는 일이나
배부른 은행 기계 앞에서
돈을 꺼내는 일이나
아침에 일어나서
얼굴을 씻고
길을 나서는 일이
다 매한가지인데
세상사는 일이
막혀버린 출근길 같고
급하게 먹은 음식 체한듯하니
오늘 나는 무엇을 잃고
서성이는 것일까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소리 낮춘 바닷가를
걸어보고 싶기도 하고
은하수 강물에
한 사흘 빠져 보고 싶기도 하지만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흰줄 남기고 내달리는 제트기가
가슴에 꽂혀 신음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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